천재가 노력까지 곁들인다면. [2006-09-02] 베스트 클릭
세 치 혀로 아테네 시민들을 쥐락펴락했던 고대 그리스의 웅변가 데모스테네스는 본시 말더듬이였다. 그런 그가 어떻게 인류 역사 상 최고로 꼽히는 명 연설가가 됐을까. 플루타르크 영웅전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데모스테네스의 성공 비결은 남모르게 계속한 피눈물 나는 연습이었다. 말더듬을 극복 하기 위해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입에 물고 발성연습을 했다. 연 설도중 오른쪽 어깨를 들어올리는 나쁜 버릇을 바로잡기 위해 천장에 칼을 매달고 연습을 했다. 연설 하나를 위해 꼬박 1년을 준 비한 적도 있었다. 한마디로 ‘노력하는 천재’였다.
지난달 6일 오후 7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일식집에서 만난 황 창규(52)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장은 데모스테네스를 떠올리게 만들었다. 물론 황 사장은 타고난 달변인데다 천재급 두뇌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만 ‘무한 노력’을 한다는 점에서 데모스테 네스를 닮았다.
황 사장이 미국 전자산업협회(EIA)의 기술혁신리더상(The EIA Leadership in Technology Innovation Award)을 수상하기 하루 전 인 지난 4월 25일 미국 워싱턴DC의 황 사장 숙소.
황 사장이 미 국인 몇몇을 앞에 앉혀놓고 연설 연습을 하고 있었다. 다음 날 수상행사에 대비한 것이다. “수상연설 10분을 하기 위해 한나절 정도 리허설을 했습니다. 흠 잡히지 않는 연설을 하고 싶었습니다. 미국인 친구들을 불러 놓고 연설을 한 뒤 발음과 제스처 등을 일일이 교정 받았지요.” 이건희 삼성회장이 인정한 ‘준(準) 천재’, 메모리 신(新)성장 론인 ‘황의 법칙’으로 세계 반도체 업계를 압도한 권위자, 국 제전자학회(IEEE)가 인정한 ‘반도체의 명인’…. 그런 황 사장 이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범인(凡人)들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. 황 사장은 아무리 사소한 행사라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를 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.
황 사장이라고 해서 시련을 겪지 않은 것은 아니다. 1989년 이건희 회장의 ‘천재급 인재’ 영입 정책에 따라 갑자기 삼성전자 연구부장이란 중책을 맡은 그를 주변에서 곱게 받아들인 것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. “갈등이 왜 없었겠어요. 처음에는 힘들었죠. 삼성전자라면 세상 에 똑똑한 사람들을 모두 모아 놓았다는 곳인데…. 임원 되고 나 서도 한동안 어려웠어요.”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를 제시해도 유형무형의 반대에 부닥쳤다.
특히 오랫동안 외국생활을 한 황 사장에게 가장 어려웠던 장애물 은 토론문화의 부재였다. “회장이나 사장 앞에서 감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었 습니다. 우리 부서부터 하나씩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. 열린 토론을 통해 여러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는 노력을 끊임없이 했습니다.“
당시 어려움을 겪으면서 황 사장이 정신적 지주로 삼은 인물은 이순신 장군이었다. 황 사장은 이순신 장군이 새로운 부임지로 갈 때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지의 장졸과 백성들의 마음을 사 로잡는 것이었다는 데 주목했다.
“현 대적 경영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순신 장군은 탁월한 전략 가 였습니다. 부하와 백성에 대한 깊은 사랑, 미래를 예측하는 천재성, 이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준비…. 이런 요인들때문에 이 순신 장군이 연전연승을 거두었던 겁니다.”
다 른 최고경영자(CEO)들과 구별되는 황 사장의 또 다른 밑천은 ‘글로벌한 인간관계’다. 특히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대(박사학 위)와 스탠퍼드대(책임연구원) 시절부터 세계정보통신(IT)업계의 명사들과 오랫동안 맺어온 두툼한 친교는 그의 큰 자산이다.
“평 소 휴렛팩커드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와 인텔 창립자인 앤디 그로브,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등과 가깝게 교유하며 지냈습니다. 아주 소중한 만남이었습니다. 인간적인 교류뿐 아니라 지금의 삼성전자를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큰 ‘연줄’ 역할도 했습 니다.” 황 사장은 세계 정상급 인사들과의 교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반도체 시장에 대한 비전과 정보, 협력 등이 고비마다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. 한 마디로 ‘연줄’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다. 천재들은 자신의 머리만 믿고 ‘인간관계’나 ‘연줄’ 따위 는 무시하는 줄로만 알고 있던 필자의 또 다른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.
황창규 사장은 세계 반도체 시장에 ‘세계 최초’란 수식어가 붙 은 삼성전자의 신기술을 끊임없이 내놓은 주역이다.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10년 이상 세계1위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것도 이러한 업적에 힘입은 바 크다.세계 반도체 업계에 황 사장의 이름을 반석위에 올린 것은 그의 성(姓)을 딴 ‘황의 법칙’이다.
그동안 세계 반도체업계에서는 1965년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주장한 ‘무어의 법칙’(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6개월마다 2 배씩 증가하며 이를 주도하는 것은 PC라는 주장)이 불문율로 통하고 있었다.
그 러나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반도체회로 학술회의(ISSCC) 총회 기조연설에서 “반도체 집적도는 1년에 2 배씩 증가하며 그 성장을 주도하는 것은 모바일 기기와 디지털 가전 등 이른바 비(非)PC”라고 주장했다.
국제사회에서는 반신반의 했지만 황 사장은 1999년 256메가 낸드 (데이터저장형)형 플래시 메모리 개발을 시작으로 2000년 512메가, 2001년 1기가, 2002년 2기가, 2003년 4기가 등을 잇달아 내 놓으면서 ‘황의 법칙’을 현실화시켰다.
●황창규는‥
▲1953 부산 출생 ▲1972 부산고 졸업 ▲1978 서울대 전기공학과 대학원 석사 ▲1985 미국 매사추세츠대 전기과 박사 ▲1985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과 책임연구원 ▲1987 미국 인텔 자문 ▲1989 삼성전자 반도체 DVC 개발담당(부장) ▲1991 삼성전자 반도체 이사 ▲1994 세계최초 256M D램 개발 성공 ▲1998 삼성전자 반도 체 연구소장(전무) ▲2000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대표이사 부사 장 ▲2004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
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 시 사 점
천재든 범부든 노력없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.
No comments:
Post a Comment